추석 연휴에는 냉장고가 금방 차요. 장을 넉넉히 봐 두고, 전을 부치고 남은 두부와 어묵, 아이들 먹일 요구르트까지 들어가다 보면 뒤쪽에서 날짜가 지난 제품이 하나씩 나와요. 그럴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있죠. 소비기한이 하루 지났는데 먹어도 될까.
인터넷에는 소비기한이 지나도 며칠은 괜찮다는 말부터 절대 먹으면 안 된다는 말까지 다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소문 대신 기한을 정한 문서를 직접 열었어요. 식품표시광고법과 시행규칙, 식약처의 소비기한 설정기준 고시, 그리고 식약처가 낸 소비기한 참고값 자료예요.
결론부터 적을게요. 소비기한은 표시된 보관방법을 지킬 때 먹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이에요. 법과 고시가 똑같이 이렇게 정의해요. 기한이 지난 뒤 며칠까지 괜찮다는 문장은 제가 연 문서 어디에도 없었어요. 그리고 보관방법을 지키지 않았다면, 날짜가 남아 있어도 이 정의가 말하는 범위 밖이에요.
범위도 먼저 밝혀 둘게요. 이 글은 문서에 적힌 정의와 숫자를 읽는 글이에요. 지난 음식을 먹으면 몸에 무슨 일이 생기는지, 어떤 식품은 며칠 더 버틴다는 식의 이야기는 하지 않아요. 제가 연 문서가 그런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무엇을 열어 확인했나
| 자료 | 확인한 것 | 조회 |
|---|
| 식품 등의 표시ㆍ광고에 관한 법률 | 제2조 12호 소비기한 정의, 제4조 표시 항목, 부칙 제2조 적용특례 | 2026-09-24 |
| 같은 법 시행규칙 | 부칙 제2조 우유류 특례 날짜, 별표 주의사항 표시 | 2026-09-24 |
| 식약처 고시 소비기한 설정기준(제2022-31호) | 제2조 정의, 제4조 설정방법, 제7조 저장온도 | 2026-09-24 |
| 서울지방식약청 미디어뉴스(2023-01-19) | 유통기한 정의, 10개 식품유형 참고값 | 2026-09-24 |
| 식약처 보도참고자료(2025-12-18) | 참고값 누적 규모와 성격 | 2026-09-24 |
| 정책브리핑(2024-12-13) | 추잉껌, 토마토케첩 참고값 예시 | 2026-09-24 |
법령과 고시는 법제처 원문을, 식약처 자료는 식약처와 정책브리핑 원문을 한국 시각 9월 24일 새벽에 직접 받아 읽었어요.
소비기한은 조건이 붙은 기한이에요
식품표시광고법 제2조 12호는 소비기한을 이렇게 정의해요.
"소비기한"이란 식품등에 표시된 보관방법을 준수할 경우 섭취하여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을 말한다.
식약처 소비기한 설정기준 고시 제2조 2호도 거의 같은 문장이에요. 두 문서 모두 표시된 보관방법을 준수할 경우라는 조건을 기한보다 먼저 적었어요.
이 문장에서 읽을 수 있는 건 두 가지예요.
첫째, 이 정의는 기한 안쪽을 말해요. 기한이 지난 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아요. 며칠 지나도 괜찮다는 말도, 바로 위험해진다는 말도 정의에는 없어요. 그러니 소비기한이 지난 음식은 이 정의가 더 이상 보장하지 않는 음식이라고 읽는 게 가장 정확해요.
둘째, 이 정의는 보관방법을 지킨 경우만 말해요. 냉장이라고 적힌 제품을 차 트렁크에 반나절 두었다면, 날짜가 넉넉히 남아 있어도 정의가 전제한 조건이 이미 깨진 거예요. 그 경우에도 안전하다는 문장 역시 문서에 없어요.
기한은 어떻게 정해질까
고시를 조금 더 읽으면 소비기한이 어디서 나오는지 보여요. 고시 제2조 1호는 품질안전한계기간이라는 말을 따로 정의해요.
"품질안전한계기간"이라 함은 식품에 표시된 보관방법을 준수할 경우 특정한 품질의 변화 없이 섭취가 가능한 최대 기간으로서 소비기한 설정실험 등을 통해 산출된 기간을 말한다.
그리고 제4조 1항은 영업자가 실험을 해서 이 품질안전한계기간을 구한 뒤, 그 기간 안에서 실제 유통조건을 고려해 소비기한을 정하라고 적어요. 소비기한은 실험으로 구한 한계선보다 안쪽에 그어지는 날짜라는 뜻이에요.
여기서 한계선과 표시 날짜 사이에 여유가 얼마나 있는지는 제품마다 다르고, 포장에는 적히지 않아요. 고시도 그 간격을 몇 퍼센트로 두라는 숫자를 적지 않았어요. 그래서 소비자가 포장만 보고 여유가 며칠인지 알 방법은 없어요. 남은 여유를 계산해서 먹는 방식은 문서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 두면 좋아요.
유통기한과는 무엇이 다른가
서울지방식약청이 2023년 1월에 낸 뉴스레터가 두 말을 나란히 적었어요.
| 구분 | 뉴스레터에 적힌 정의 | 누구의 기한인가 |
|---|
| 유통기한 | 제품의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유통·판매가 허용되는 기한 | 파는 쪽 |
| 소비기한 | 식품 등에 표시된 보관방법을 준수할 경우 섭취하여도 안전한 기한 | 먹는 쪽 |
유통기한은 가게 진열대에서 내려야 하는 날짜였고, 소비기한은 집에서 먹는 사람을 기준으로 잡은 날짜예요. 같은 뉴스레터는 2023년부터 식품에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적용한다고 적었어요.
법률 쪽도 이렇게 바뀌었어요. 식품표시광고법 제4조 1항은 식품에 제조연월일, 소비기한 또는 품질유지기한을 표시하라고 적고, 이 조항은 2023년 1월 1일 이후 제조하거나 수입을 위해 선적한 제품부터 적용됐어요. 부칙은 식품위생법, 축산물 위생관리법 같은 다른 법률에 있던 유통기한이라는 말도 소비기한으로 고쳤어요. 지금 식품표시광고법 정의 조항에는 소비기한만 있고 유통기한 정의는 없어요.
품질유지기한이라는 말도 표시 항목에 나오지만, 이번에 받은 세 법령 문서의 정의 조항에는 그 뜻이 적혀 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 글에서는 품질유지기한을 설명하지 않을게요.
참고값 표, 소비기한은 얼마나 길어졌나
그러면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바뀌면서 날짜는 얼마나 늘었을까요. 식약처는 영업자가 소비기한을 정할 때 참고하라고 식품유형별 참고값을 만들었어요. 2023년 1월 뉴스레터에 대표 10개 유형이 실렸어요.
| 식품유형 | 품목 수 | 평균 유통기한 | 소비기한 참고값 | 늘어난 일수 | 원문 증가율 |
|---|
| 가공유 | 1 | 16일 | 24일 | 8일 | 50% |
| 과채주스 | 1 | 20일 | 35일 | 15일 | 75% |
| 두부 | 4 | 17일 | 23일 | 6일 | 36% |
| 발효유 | 6 | 18일 | 32일 | 14일 | 74% |
| 빵류 | 4 | 20일 | 31일 | 11일 | 53% |
| 소시지 | 4 | 39일 | 56일 | 17일 | 43% |
| 어묵 | 6 | 29일 | 42일 | 13일 | 44% |
| 유산균음료 | 3 | 18일 | 26일 | 8일 | 44% |
| 프레스햄 | 3 | 43일 | 66일 | 23일 | 53% |
| 햄 | 2 | 38일 | 57일 | 19일 | 52% |
늘어난 일수는 두 숫자를 제가 빼서 넣은 칸이에요. 증가율은 원문 숫자를 그대로 옮겼어요. 가장 적게 늘어난 유형은 두부로 36%, 가장 많이 늘어난 유형은 과채주스로 75%였고, 10개 값의 가운데는 51%예요.
이 표를 읽을 때 꼭 챙길 점이 세 가지 있어요.
첫째, 표본이 작아요. 10개 유형의 품목 수를 모두 더해도 34개이고, 가공유와 과채주스는 한 품목뿐이에요. 한 유형을 대표하는 숫자라기보다 몇 개 제품에서 실험한 평균이에요.
둘째, 원문 증가율과 제가 다시 나눈 값이 몇 줄에서 달라요. 평균 일수끼리 나누면 발효유는 77.8%, 빵류는 55.0%, 햄은 50.0%가 나와서 원문의 74%, 53%, 52%와 각각 3.8%p, 2.0%p, 2.0%p 차이가 나요. 원문이 증가율을 어떤 방식으로 계산했는지는 문서에 설명이 없어요. 그래서 이 글은 원문 숫자를 고치지 않고 그대로 실었어요.
셋째가 가장 중요해요. 이 증가율은 기한이 지난 뒤 더 먹어도 되는 날수가 아니에요. 참고값은 영업자가 자기 제품의 소비기한을 정할 때 쓰는 값이에요. 두부의 소비기한이 23일로 잡혔다면, 그 23일이 이미 포장에 적힌 날짜예요. 늘어난 6일은 그 날짜 안에 들어 있고, 날짜를 넘긴 뒤에 따로 붙는 몫이 아니에요.
참고값은 영업자를 위한 잠정 기한이에요
식약처는 이후로도 참고값을 계속 늘렸어요.
| 시점 | 누적 규모 | 출처 |
|---|
| 2023년 1월 | 23개 식품유형 80개 품목 안내서 우선 제공 | 서울지방식약청 뉴스레터 |
| 2024년 12월 | 150개 식품유형 1159개 품목 | 정책브리핑 |
| 2025년 12월 | 204개 식품유형 2,037개 품목 | 식약처 보도참고자료 |
2024년 12월 자료에는 눈에 띄는 예시도 있어요. 추잉껌 3품목은 유통기한 365일에서 소비기한 664일로, 토마토케첩 2품목은 유통기한 6개월에서 소비기한 8개월에서 345일로 안내됐어요.
두 자료 모두 참고값의 성격을 같은 말로 적어요. 식약처가 식품별로 설정실험을 한 뒤 적정한 수준을 정해 제시하는 잠정 소비기한이라는 거예요. 2025년 12월 자료는 영업자가 가장 유사한 품목의 참고값 범위 안에서 자사 제품의 소비기한을 정할 수 있다고 적었어요.
그러니 참고값은 우리 집 냉장고 속 제품이 며칠까지 괜찮은지 알려 주는 표가 아니에요. 같은 두부라도 포장 방식과 유통 온도에 따라 제품마다 기한이 달라요. 내 손에 든 제품의 기한은 그 포장에 적힌 날짜가 기준이에요. 식약처가 안내하는 참고값 검색 서비스도 영업자용으로 만든 것이라고 밝혀 두었어요.
우유는 아직 유통기한일 수 있어요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보면 여전히 유통기한이라고 적힌 제품이 있어요. 표시를 잘못한 게 아니라 법에 예외가 있어서예요.
식품표시광고법 부칙 제2조 2항은 냉장 보관기준의 개선이 필요한 품목에 대해 시행일부터 8년의 범위에서 총리령으로 정하는 날 이후 제조한 제품부터 소비기한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적었어요. 그리고 시행규칙 부칙 제2조 2항이 그 품목과 날짜를 정했어요.
| 항목 | 시행규칙 부칙에 적힌 내용 |
|---|
| 특례 품목 | 우유류(냉장 보관하는 제품만 해당) |
| 특례 날짜 | 2031년 1월 1일 |
그래서 2031년 1월 1일 전까지 제조되는 냉장 우유류에는 유통기한이 적혀 있을 수 있어요. 이 경우 포장에 적힌 날짜는 먹는 쪽 기한이 아니라 파는 쪽 기한이라는 점을 구분해 두면 좋아요. 다만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를 며칠 더 마셔도 된다는 문장 역시 문서에 없어요.
보관방법이 기한의 전제예요
소비기한 정의가 보관방법을 먼저 적은 이유는 고시 제7조에서 보여요. 영업자가 기한을 정하려고 실험할 때 쓰는 온도 구간이에요.
| 구분 | 고시 제7조 2항의 온도 | 실험 조건 |
|---|
| 실온 | 1에서 35℃ | 35℃를 포함해 계절을 고려 |
| 상온 | 15에서 25℃ | 25℃를 포함 |
| 냉장 | 0에서 10℃ | 10℃를 포함한 냉장온도 |
| 냉동 | 영하 18℃ 이하 | 품질변화가 최소화되는 온도 |
냉장 제품은 10℃를 포함한 온도에서 실험하도록 돼 있어요. 기한이 그 온도 범위를 전제로 정해졌다는 뜻이에요. 냉장고 안 온도가 이 범위를 벗어난다면, 날짜가 같아도 전제가 달라져요. 냉장고 온도를 점검하는 순서는 냉장 보관 온도 기준을 정리한 글에서 따로 다뤘어요.
시행규칙 별표의 주의사항 표시도 같은 방향이에요.
- 냉동제품에는 이미 냉동되었으니 해동 후 다시 냉동하지 마십시오 같은 문구를 적어야 해요(빙과, 아이스크림류, 얼음류는 제외).
- 과일·채소류 음료나 우유류처럼 개봉 후 상하기 쉬운 제품에는 개봉 후 냉장보관하거나 빨리 드시기 바랍니다 같은 문구를 적어야 해요.
개봉하고 며칠 안에 먹으라는 숫자는 이 표시 규정에 없어요. 개봉 후 기한을 따로 정한 문장이 없으니, 개봉한 제품은 이 문구대로 냉장보관하고 빨리 먹는 쪽으로 읽으면 돼요.
냉장고 앞에서 이렇게 확인해요
지금까지 본 문서를 냉장고 앞에서 쓰는 순서로 묶어 볼게요. 문서에 적힌 범위만 옮겼어요.
- 날짜 옆 글자부터 봐요. 소비기한인지 유통기한인지에 따라 누구의 기한인지가 달라요. 냉장 우유류는 2031년 전까지 유통기한일 수 있어요.
- 보관방법을 지켰는지 떠올려 봐요. 냉장 제품을 밖에 오래 두었거나 해동한 냉동식품을 다시 얼렸다면, 날짜가 남아 있어도 정의의 전제가 깨진 상태예요.
- 개봉했는지 확인해요. 개봉 후 상하기 쉬운 제품은 냉장보관하거나 빨리 먹으라는 문구가 붙어 있어요.
- 날짜가 지났다면 보장이 끝난 음식으로 봐요. 며칠까지 괜찮다는 기준은 문서에 없어요. 참고값의 증가율을 더 먹어도 되는 날수로 옮겨 읽지 마세요.
이 네 단계에서 어느 하나라도 걸리면, 문서가 안전을 약속하는 범위 밖에 있는 음식이에요. 버릴지 말지는 결국 먹는 사람이 정하지만, 적어도 법의 정의를 근거로 괜찮다고 말할 수는 없는 상태라는 뜻이에요.
이 글이 말할 수 없는 것
네 가지를 분명히 해 둘게요.
첫째, 소비기한이 지난 음식을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이 글은 말하지 않아요. 제가 연 여섯 문서 어디에도 그 내용이 없어요.
둘째, 식품별로 며칠까지 괜찮다는 기준을 주지 않아요. 그런 기준을 적은 공식 문서를 찾지 못했어요.
셋째, 참고값 표는 영업자용 평균이에요. 10개 유형 34개 품목의 결과이고, 개별 제품의 기한은 포장 표시를 봐야 해요.
넷째, 품질유지기한은 다루지 않았어요. 이번에 받은 법령 문서의 정의 조항에 뜻이 적혀 있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음식을 먹고 구토나 설사, 복통이 이어지거나 열이 나면 날짜를 따지기보다 의료기관에 먼저 문의하는 게 맞아요.
이 글은 2026년 9월 24일 한국 시각 새벽에 법제처 국가법령정보 원문과 식품의약품안전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원문을 직접 받아 읽은 값으로 썼어요. 표의 늘어난 일수와 재계산 증가율은 원문 숫자로 제가 계산한 값이에요. 이 글은 문서에 적힌 정의와 숫자를 읽는 글이고, 진단이나 치료에 관한 판단을 대신하지 않아요.